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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미술관 <도쿄 네즈 미술관 > 비 내리는 일본 정원과 예술세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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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미술관 <도쿄 네즈 미술관 > 비 내리는 일본 정원과 예술세계

배뚱부부 실크로드 2023. 9. 11. 15:09

 

 

 

숙면을 취한 뒤, 오전 7시에 33층에 있는 조식 부페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따뜻한 커피와 차, 두유, 과일주스 등을 마시고, 객실에 돌아와, 어젯밤 편의점에서 재구매한 R1 요구르트를 또 마셨습니다. 차고 넘치도록 식사를 했으니, 오늘 일정 소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번 여정에서 저희가 사용했던 앱은, 트리플 앱입니다. 간단하게 일정을 추가하고 삭제하기를 반복하며, 오늘의 여정을 잠시 상의한 후, 첫 스타트로, 네즈 뮤지엄이 당첨되었습니다. 촉촉한 비와 흙냄새를 맞고 싶은 그런 날, 운치를 한껏 더 느끼고 싶은 그런 날, 차분하고 편안하나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소나기의 훼방도 약간은 기대하게 되는 그런 날, 그런 날이기에, 우리는 뮤지엄으로 출동합니다.

 

 

어느 정도 이름이 익숙해진 아카바네바시역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오늘은 얼마나 걷게 될까요?

 

 

네즈 미술관(根津美術館)

 

영업시간: 10-17시

월요일 휴업

 

네즈미술관

6 Chome-5-1 Minamiaoyama, Minato City, Tokyo 107-0062 일본

 

도쿄 여정 시, 교통카드는 필수입니다. 짝꿍이 예전에 도쿄에서 사용하던 교통카드를 2개나 챙겨왔는데, 1개의 카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 교통카드를 재구매할 때까지는 이동할 때마다 표를 끊어야 하는 귀찮은 단계를 거쳐야만 했습니다. 교통카드의 에러 사항도, 도쿄 여행하려는 지인에게 카드를 빌려주면서 발생하였는데, 관련 자세한 정보는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됩니다.

 

 

 

오모테산도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출구 쪽으로 나가다 보니, 공방이 보입니다. 짝꿍이 가죽 시곗줄을 교체하고 싶어서 샘플을 소개받고 있습니다. 물론 원래 시계의 줄보다 마음에 드는 상품은 없었습니다. (원래 가죽 줄의 실이 한 가닥 남고 다 끊어질 때까지 사용한 일인)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오야마에 있는 시립 미술관인 네즈 미술관의 입구까지, 아담하면서도 품위 있고 당당한 듯한 건물들을 지나는데, 수많은 건축물들을 모아놓은 거리의 뮤지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살아있는 거리의 뮤지엄 제1관을 지나고, 제2관으로 네즈 미술관을 가는 기분이랄까요? 어차피 숲이 가득할 터이니, 숲속의 산책을 위한 준비운동 시간이, 꽤나 근사했다고 봅니다.

 

역에서부터 앞만 보고 걸어가면 금방 갈 거리이지만, 앞뒤 양옆을 둘러보느라 10분 정도 걸었던 것 같습니다. 미술관 바로 앞에서 신호등을 하나 건너게 되었는데, 불이 안 들어오는 여유 있는 횡단보도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방문하고 싶어지는 장소, 특별한 색채의 공간인 네즈 미술관. 교토의 숲속, 또는 콜로라도 덴버 뮤지엄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이 미술관은, 입구에서부터 본관 티케팅 하는 곳까지 정돈되고 흠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입장까지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을 주면서, 그린 색채와 어울리는 이 건축물은, 시작부터 컨셉을 일정하고 균형 있게 잡은 듯하였습니다. 1945년 세계 2차대전으로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공간인 만큼, 활기찬 분위기보다는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 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날 아침 여유로운 신주쿠 교엔의 산책에 이어, 셋째 날 이른 아침 기분 좋은 산책으로 이 미술관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식으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한 후, 정신을 맑게 하는 공기로 몸을 정화하고, 심호흡을 하며 서로에게 밝은 기운을 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발바닥으로 밟은 네즈 미술관의 땅에서 배뚱부부의 소중한 한 컷.

 

 

 

온라인으로 예약 시, 100엔 할인이 된다고 하는데, 저희는 검색하지 않고 바로 출동하였기 때문에, 일반 성인 금액 (2인) 2800엔을 지불하였습니다.

 

 

 

입장권 샷.

1층 홀 정면에 중국 북제의 여래 입상과 간다라 시대의 미를 보살 입상이 있는데, 관심을 줄 새도 없이 정원으로 시선이 갔습니다. 전시관 내부에는 다양한 동양 고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사진촬영이 불가하였습니다.

 

추천 미술관이라서, 흘러가는 대로 선택한 이 장소. 관심 없는 분야라는 것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이 공간에서, 오히려 예상치 못했던 감각을 깨우게 됩니다.

 

 

 

통유리창은 바로 2009년에 개관한 재건 건조물의 가치를 한껏 올려주고 있습니다. 구마 겐고(隈 研吾)라는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전통적인 예술에서 근대 일본 건축과 정원까지 탁월한 조화를 이루어준 것 같습니다. 그는 이 뮤지엄의 재건을 위해, 철도 재벌이자 명문가였던

✔️네즈 가이치로가 수집한 소장품 전체를 이해해야 했을 것이고,

✔️자신의 건축 정신 또한 심어야 했을 것이며,

✔️역사의 훼손이 아닌 현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해야 했을 것이므로,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이루어진 융합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물함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저에게 사물함조차도 예술작품으로 느껴진 적이 있었던지요?

 

 

 

1층에 쉬어가는 벤치가 있습니다. 그곳에 앉아있자니, 서서히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앉게 되었습니다. 쏟아지는 소나기를 통유리창을 통해 바라보기 위해서일까요? 대부분 관광객들일 텐데,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소나기가 멈추지 않는다면, 오늘 가야 할 많은 관광지와 식사시간이 밀려날 텐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공간을 재빨리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가 참으로 많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잠시 물을 마시고 쉬면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했던 생각은, 우리의 삶에는 핵심 키맨이 필요한데, 이 뮤지엄을 건축한 자의 키맨은 누구였을까라고 말입니다. 꼭 명예와 권력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주고 풍요롭게 해주는 핵심 인물 말입니다. 문득 <키맨> 뿐 아니라, <키 플레이스>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블로그를 작성하며, 구마 겐고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는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 수영을 하면서 감명을 받고, 건축 쪽으로 지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의 <키 플레이스>는 도쿄, 덴버, 뉴욕, 밀라노의 뮤지엄입니다. 감명을 받아서 건축을 지망하게 된다는 게 아니라, 저는 그곳의 예술품에서 감각을 얻어 음악으로 전환시킵니다. 멜로디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많은 소리들에 반응하며 여전히 무언가를 창조해 내고픈 그런 무언가 말입니다.

 

도쿄 네즈 미술관의 전시관에 수많은 작품보다, 건축물과 정원이 더 저의 뜻에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잖아도 도쿄의 거리 한 코너에 지어진 매우 작은 건축물에 마음을 빼앗긴 터였는데, 네즈 미술관의 건축물과 자연의 조화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키플레이스에서 저는 렌토보다 느리게 걷는 방법을 배우며, 나의 음악은 더 이상 서두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키플레이스를 찾아 감각을 깨우고 싶어졌습니다.

 

수년 전, 친구에게, 음악 뮤지엄을 짓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는 뮤지엄을 관람하는 것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만, 이 기록이 미래 어느 날을 위해서,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네즈 미술관 야외정원

 

 

미술관 정원에 숲속의 카페는 만석이어서 아쉽게도 들어가지 않고 정원을 돌아보았습니다. 사실 이 미술관 카페가 정말 유명한데 말입니다.

 

 

 

신주쿠 교엔 땅은 드넓다고 광대하다고 표현할 수 있고, 네즈 미술관의 정원 땅은 작은 풍요로움 같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못과 개울, 그리고 다실 옆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 때마침 이때에 비가 내려줌이 기가 막힌 하늘의 솜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즈 가이치로가 거닐던 이 정원을 우리도 따라 걷습니다. 자연스러운 경사를 따라 느린 걸음으로 걷다 보면 숨이 차지도 않으며, 우리의 목소리도 차분한 톤으로 나오고, 조리 있고 명료한 어휘력을 발휘해 보게 됩니다.

 

우산에 두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의 다이내믹 레인지가 변하였습니다. 우리는 정원 산책의 마지막 타임이 되어서야 빠르게 알레그로로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빗방울이 눈꽃 송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여름 아침의 우렁찬 빗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후쿠오카에서 짝꿍이 사준 우산 겸 양산이, 이 여름 날, 도쿄 미술관에서도 조심스레 펼쳐집니다.

 

우리는 다시 실내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일본의 국보부터 중국의 청동까지 수천 개의 다양한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서예, 그림, 조각, 칠기, 금속 공예품들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금속 공예품들이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작업했다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치밀해 보이는 작품들을 보며, 감탄보다는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일평생 이 작품 하나만 만들고 세상을 떠났을 것 같은 선조들을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역사의 숨결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역사의 자랑이 아니라, 역사의 고통의 순간이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과거에는 그저 손기술만으로 작품들을 탄생시켰을 텐데, 누군가는 지시하는 자리에 있고, 누군가는 재능 있는 누군가를 고용하였고, 재능 있는 자들은 아무 말 없이 수십 년을 그저 침묵하며 작품 활동에 몰입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 정신으로는 작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였고, 한 공간 안에 가두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내기까지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제 눈을 믿을 수 없는 작품들, 작품 사이사이의 공간을 보며, 인간의 손 터치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은 공간으로 하나의 모형 건물을 지어내기까지 땀과 피와 노력과 숨결과 날카로운 손길이 느껴져서, 존귀한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감사하지만, 풍부한 일본 예술 및 문화 예물을 창조하고, 지켜오기까지 많은 희생 또한 감수해야만 했었다고 여겨집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삶에 목표가 분명했고,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갔기에 그거면 충분했다고 말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누군가에겐 평생 예술이요,

누군가에겐 평생 직업이요,

누군가에겐 평생 목표요,

누군가에겐 평생 무거운 짐이요,

누군가에겐 평생 즐거움이로다.

배뚱부부

 

 

저보다는 역사와 일본인에 익숙한 짝꿍의 분석에 의하면, 일본 자국의 문화적 가치를 굉장히 높이 세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타국의 문화적 가치를 모방한 흔적이 매우 강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에 있는 미술관이니까 당연한 거고, 한국에 있는 미술관이라 해도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말입니다. 자국의 모방 보물들은 전시관 내부에 잘 모셔두고, 타국의 원조 보물은 복도 벽에 전시하는 등, 대놓고 솔직하게 전시해놓은 모습이었습니다.

 

인간 노력의 아름다움과 경악스러움, 또 그 아름다움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 인간 특유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전시장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보고 나왔지만, 웬일인지 그 모든 것들이 단순한 우상으로 여겨지며, 결국엔 하늘이 가꾸고 있는 자연 풍경을 더 마음에 두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시품들은 그저 기억이 흐릿해진 채, 이 정돈된 길을 다시 걸어 나가봅니다.

 

 

 

방문 시에, 미술관 보수 기간을 잘 확인하시고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포스팅하는 오늘 날짜 2023년 8월 29일 도 미술관은 휴관 중입니다.

 

 

 

지나가는 길, 명품샵의 입구입니다.

 

 

 

 

차분한 걸음걸이로 우리는 하라주쿠 쪽으로 쭉 걸어 올라갔습니다. 미나미아오야마 지역은, 넓은 시부야구의 일부인데요, 작고 세련된 상점과 고급 디자이너 부티크로 유명합니다. 관광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큰 관심은 받고 있는데, 쇼핑을 하기는 어려운 장소이기도 합니다. 온통 고급 디자이너 부티크만 있기 때문입니다. 부유하고 고급스러운 지역이니만큼, 고급 스시집, 재즈클럽, 산책 명소가 있는데, 이 가운데, 네즈 미술관이 특히 알려진 이유도, 지역의 특수성, 일본 특유의 색채를 가진 정원, 일본과 아시아의 예술품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미술관의 외적 매력에 빠진 후에, 또다시 이 실크 레드 드레스에 빠져버렸습니다.

 

 

 

 

메이지 진구마에 하라주쿠 역으로 교통카드를 구매하러 지하로 들어갑니다. 배뚱부부의 도쿄 여정은 계속됩니다.

 

 

이 포스트는 정성 담긴 소중한 글과 사진으로 작성한 배뚱부부의 저작물입니다.

 

 

God Bless You